파워포인트 글꼴 이야기, 살아남은 영문 글꼴 편
파워포인트, PPT/강좌  I  2012. 12. 4. 08:41
 
"적자생존"
글꼴의 세계도 하나의 자연입니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등장한 이래로 수많은 글꼴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새로운 글꼴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조잡한 것들은 모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우수한 글꼴만 살아남아 계속 발전되어 왔습니다.
우수한 글꼴이란 글꼴의 본질이 잘 녹아있는 글꼴을 말하며, 글꼴의 본질은 가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쉽게 잘 읽히는가?
아무리 예쁘게 디자인된 글꼴이라도 읽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 글꼴은 가치 없는 글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체가 멸종하듯이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가독성이 높은 글꼴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여러분이 읽고 있는 지금 이 글은 대부분 컴퓨터에서 돋움체로 표현됩니다.
돋움체는 화소로 이루어진 컴퓨터 모니터 환경에서 최고의 가독성을 자랑하는 본문용 알리아싱(aliasing) 글꼴이며,
12포인트의 텍스트를 웹페이지에 표현할 때 요구되는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우수한 글꼴입니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은 글꼴은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글꼴마다 고유의 느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느낌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꼴을 선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글꼴에 대한 지식과 함께 작업의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작업의 분위기를 알아야 거기에 어울리는 느낌의 글꼴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화와 관련된 슬라이드에 사용된 글꼴은 'Arial'입니다.
Arial은 윈도우즈 운영체제에 포함된 기본 글꼴이기 때문에 최고의 호환성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흔하므로 항상 찬밥신세죠.
수려한 글꼴인 헬베티카를 베낀 느낌이 있지만, 그만큼 완성도 높은 글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무료라는 점입니다.

영화 에일리언은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SF영화입니다.
공상 과학 영화처럼 미래적인 분위기에는 군더더기 없고 세련된 Arial이 잘 어울립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배경에 글꼴만 다르게 적용해도 슬라이드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아래 슬라이드는 Arial 대신에 'Times New Roman' 글꼴을 적용한 예제입니다.

Times New Roman도 Arial과 마찬가지로 윈도우즈에 포함된 기본 글꼴입니다.
역시 무료라는 엄청난 장점이 있고, 호환성 또한 높습니다.

Arial처럼 완성도 높은 글꼴로 인정받고 있는 Times New Roman이지만,
아래 슬라이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Times New Roman은 고전적인 분위기의 글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꼴은 영화에 비유하면 타이타닉이나 마지막 황제처럼 전통적인 느낌이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콘텐츠에 잘 어울립니다.
Arial과 완벽하게 반대 선상에 있는 글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전자인 에일리언 슬라이드와 후자인 타이타닉 슬라이드는 같은 배경을 사용하였습니다.
똑같은 배경이지만 영화의 분위기 때문에 어떤 슬라이드는 우주 공간이 연상되고 어떤 슬라이드는 심해 바다가 연상됩니다.
디자인의 소소한 잔재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클래식한 느낌의 Times New Roman 글꼴은 기본형인 Times New Roman과 획이 굵은 Times New Roman Bold로 나누어집니다.
일반적으로 획이 굵은 글꼴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제목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바로 위의 타이타닉 슬라이드와 아래의 마지막 황제 슬라이드를 비교하면 글꼴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Times New Roman을 일반 글꼴과 굵은 글꼴로 분류할 수 있듯이
먼저 소개한 Arial도 굵은 버전이 존재합니다.

'Arial Black'은 단순하지만 획이 굵고 강한 느낌의 글꼴입니다.
완벽한 제목용 글꼴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대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이 요구되는 곳에 잘 어울립니다.


굵은 글꼴을 하나만 더 소개하고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윈도우즈의 기본 글꼴 중에서 가장 획이 굵은 글꼴은 무엇일까요?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글꼴은 제목을 위해 태어난, 임팩트가 팍팍 느껴지는 글꼴이란 것을 말이죠.
그래서 글꼴 이름도 'Impact'입니다.
강한 느낌의 슬라이드를 표현해야 할 때에는 Arial Black과 함께 Impact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울임꼴은 속도감에 특화된 글꼴 변형의 한 종류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물체나 급변하는 상황 등을 표현할 때에는 정자체보다 기울임꼴을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Impact는 획이 아주 굵으므로 변형에 따른 효과가 잘 반영되는 글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Impact는 영화 킬빌의 포스터에 그대로 사용되어 영화의 강렬한 느낌을 잘 표현하였답니다.
Impact처럼 획이 굵고 단순한 글꼴은 철자의 개수가 작을수록 그 느낌은 강하게 표현됩니다.


글꼴의 종류와 크기는 파워포인트 리본 메뉴의 [홈] 탭에서 [글꼴] 그룹을 통해 수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꼴] 그룹은 글꼴의 종류와 크기뿐만 아니라 [굵게], [기울임꼴], [그림자] 등의 효과를 추가할 수 있고,
글꼴 색 수정 작업도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파워포인트 작업에 사용되는 글꼴은 호환성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의 특성상, 컴퓨터를 옮겨 다니며 작업하거나 재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Arial이나 Times New Roman, Impact와 같이 운영체제에 포함된 기본 글꼴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본 글꼴은 결코 허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치열한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우수한 종자들입니다.
흔하다고 무시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될 듯합니다.



킬빌을 제외하고 슬라이드에 사용된 글꼴은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의 그것과 다릅니다.
이 글에서 영화 관련 콘텐츠는 슬라이드의 분위기를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전상오 Jeonsango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MVP
jeonsang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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