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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지나 대정 들녘을 걷다
사진/기타 콘텐츠  I  2015.05.23 17:31
 

"오다가 너무 많이 샀는데 같이 좀 드세요."

송악산 전망대에서 도 닦듯이 쉬고 있는데 어떤 커플이 조심스럽게 김밥 도시락을 건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저 멀리 가파도에서 불어오는, 청보리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따뜻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자에게 호의적입니다.

여행자 콘셉트에 충실한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비록 일주일 안팎의 짧은 여행이지만 카오산로드에서 막 날아온 백패커처럼 다니다 보니 친절한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네요.

 

송악산에 올 때마다 생각날 것 같습니다.

김밥 커플의 마음처럼 따뜻했던 가파도의 바람이.

 

 

 

 

산방산을 지나 형제 해안도로를 걸으며 형제섬을 바라봅니다.

형제섬은 두 개의 섬이 마치 형과 아우처럼 마주 보고 떠 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요,

감성돔과 벵에돔이 잘 잡혀서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다고 하네요.

 

올레꾼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 일부로 기억될 뿐인 형제섬은

송악산까지 따라와 기어코 눈도장을 찍습니다.

 

 

 

 

형제섬과 함께 송악산을 걷다가 가파도가 보일 때쯤이면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기암절벽이 나타납니다.

오늘은 바다가 잔잔하여 조용하지만, 언젠가 바람이 많이 불 때 거친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큰 울음소리를 낼 것 같네요.

파도의 울음소리.

파도가 운다.

절이 운다...

 

파도와 같은 물결을 제주어로 '절'이라고 하는데요,

송악산은 그래서 절이 우는 산, 절울이 오름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송악산을 지나 섯알오름에 오릅니다.

섯알오름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되었던 학살 터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대정의 푸른 들판도 이곳에서는 생기를 잃어버리네요.

아픔이 있는 역사 앞에 할 수 있는 건 묵념과 기억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숙연해진 마음으로 대정 들녘을 걷는데 이내 알뜨르 비행장과 관제탑이 나타납니다.

흉물스러운 전쟁의 흔적조차 풍경 일부가 되어버린 아름다운 대정 들녘을 거닐며 그 아픔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저 멀리, 주민들이 트럭에 마늘을 싣고 있습니다.

마늘 몇 포기가 땅에 떨어집니다.

지나가던 올레꾼이 거들어주고 마늘 몇 줄기를 얻어가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아름다움과 아픔이 공존하는 대정 들녘의 일상은 여느 여행지와 다름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천 개의 바람이 된 영혼만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청보리 사이를 맴돌다 지나가네요.

가파도에서 불어오는, 송악산의 따뜻했던 그 바람처럼.

 

 

 

 

 

[참고한 자료]

 

제주 올레 오디오 가이드북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10

 

답사여행의 길잡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56238&cid=42840&categoryId=42855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657028&cid=51954&categoryId=55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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