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시각으로 본 파워포인트 배경과 애플의 정신
파워포인트, PPT/강좌  I  2011. 10. 9. 20:29
 
예전에 사용했던 아이팟 셔플을 오랜만에 꺼내어 먼지를 좀 닦아주었습니다.
재생버튼에 묻어 있는 손때가 지난날의 추억을 말해주네요.

셔플은 그 흔한 액정 하나 없는,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 플레이어로서 애플의 정신인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반영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얀색 동그라미와 재생버튼만으로 거의 모든 제어가 가능한 이 조그만 제품 속에는 인간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계보다도 따뜻합니다.
색마저도 따뜻한 빨강이네요.


미니멀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이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단순함'입니다.
그러면 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할까요?
궁극적인 해답은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물의 본질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본질의 표현에 방해되는 군더더기는 하나도 남김 없이 제거하는 것이죠.

사물의 본질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그 사물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렵고 복잡하고 애매하고 우유부단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한번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대변되는 애플의 미니멀리즘은 그래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얼마 전에 본 월간 디자인에 실린 한 건축가의 글이 생각나네요.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글입니다.

"우리는 자기 집을 짓는 사람들은 대개 부자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적어도 내경험에 비추어볼 때 돈을 쌓아두고 집을 짓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진짜 부자들은 집을 지을 돈으로 다른 똑똑한 곳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커다란 임대 빌딩을 짓지 않는 이상, 자기가 살 집에서는 돈 될 만한 것이 잘 안 나온다.
그러니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삶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많은 삶의 비용을 온전히 자기 혼자를 위해서 쓰는 사람은 없다.
집을 짓는 사람들은 항상 누구를 위해서 집을 짓는다.
부모님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좋은 디자인은 항상 당신을 위할 때 나온다."

※ 월간 디자인 2011년 10월호에 실린 건축가 함성호님의 글 중 일부를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여기 한 장의 파워포인트 문서 배경이 있습니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 무채색의 계조가 들어간, 지극히 단순한 배경입니다.

미니멀리즘의 시각으로 보면 단순한 배경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주목성을 낮춰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게 하기 때문이죠.


슬라이드 상단에 제목과 내용을 적어넣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의 슬라이드 위에 배치된 제목과 내용 텍스트의 가독성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각적인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다는 것 !
미니멀리즘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단순한 배경과 함께 사용된 다이어그램은 대비현상 같은 주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순수한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전체에 걸쳐 유채색의 사용을 극도로 억제하였기 때문에 유일한 유채색 객체인 정육면체가 본래의 순수한 주황색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주목받기 위하여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위대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컨셉의 슬라이드를 몇 장 더 준비하였습니다.
무채색 일색인 슬라이드를 살리는 것은 주황색 포인트입니다만, 그 뒤에 존재하는 무채색의 단순한 배경이 없다면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마치 한두 명의 스타만으로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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