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 도형 디자인
파워포인트, PPT/강좌  I  2012. 1. 2. 01:11
 
깊어가는 어느 겨울밤, 무심코 텔레비전을 켜니 연말에 늘 그렇듯이 연예대상 시상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마침 유재석 씨가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재석 씨 손에 갤럭시탭으로 보이는 태블릿 컴퓨터가 들려 있더군요.
갤럭시탭이 잠깐 절전모드였는지 수상자 이름을 부르는 과정에서 약간 버벅대는듯한 모습의 사소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디지털 울렁증이 있다고 재치있게 농담처럼 넘기는 재석 씨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저 상황에서 갤럭시탭이 필요한가?

비록 가벼운 실수이지만, 갤럭시탭 대신 종이로 만든 카드에 수상자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면 아마 실수 없이 매끄럽게 넘어갔을 것입니다.
물론 시상식 기획자도 수상자 이름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삼성의 광고가 더 중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이로 만든 카드는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과 함께 첨단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시상식이 얻는 좋은 이미지도 포기하기 어려웠겠죠.
사소한 것이지만 디자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워포인트는 슬라이드를 잘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훌륭한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잘 만든다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이고,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본질을 먼저 알아야 하며,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슬라이드를 예쁘게 꾸미는 것은 좋지만, 그것 때문에 정말 강조되어야 할 주제와 본질이 힘을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파워포인트는 2007버전으로 넘어오면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용자를 어느 정도 배려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예전에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모양의 다이어그램과 도형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입체도형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표현의 영역이 확장된 만큼 작업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만, 그전에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도형을 효율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8장의 슬라이드로 이루어진 예제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위의 4장은 평면도형을 사용하여 만든 슬라이드이며, 아래 4장은 같은 내용을 입체도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보기에는 입체도형으로 만든 슬라이드가 세련되고 멋지게 보이네요.


먼저 기본 블록 목록형 다이어그램입니다.
목록형 다이어그램은 프레젠테이션 문서에서 목차나 프레젠테이션 순서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다이어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슬라이드의 상단에서 출발하여 하단으로 내려오거나 좌측에서 시작하여 우측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예제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을 사용하여 상단에서 하단으로 내려오는 형태로 제작하였습니다.

아래 이미지 중에서 평면도형을 사용한 좌측 슬라이드는 각 항목이 하나하나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목록의 개수와 내용을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목록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슬라이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우측 슬라이드는 입체도형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이 값을 이용하여 발표순서를 보기 좋게 잘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에서의 항목별 중요도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표현했다는 것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겠네요.


프레젠테이션 문서의 구성요소 중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기 전에 분위기 전환용으로 잠깐씩 보여주는 소제목 슬라이드가 있는데요,
목록형 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소제목 슬라이드로 사용하는 것도 작업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기본 블록 목록형 다이어그램은 항목의 개수가 얼마 안 될 때에는 풍부한 표현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입체도형이 좋게 보입니다.
하지만 항목의 개수가 많을 때에는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도형을 집어넣을 수 있는 평면도형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면도형에 대한 이야기 잠깐 하고 넘어갈게요.
예전 파워포인트 2003버전에서의 평면도형은 말 그대로 부피감이 전혀 없는 평평한 도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도구가 부족하여 아래 첫 번째 이미지처럼 평면적인 표현이 일반적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냥 성의 없이 작업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평면도형을 그리더라도 아래 두 번째 이미지처럼 그림자와 입체기법을 어느 정도 적용해주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2차원도 아니고 3차원도 아닌 애매한 2.5차원(?) 정도 되겠네요.^^


다음은 기본 과녁형 다이어그램입니다.
기본 과녁형 다이어그램은 각 요소의 포함 관계를 나타내는 관계형 다이어그램의 한 종류입니다.
여러 구성 요소 중 핵심이 되는 요소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되는 형태인데요, 집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기에도 적당한 다이어그램입니다.

과녁이라는 형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 잘 드러나는 슬라이드는 평면도형을 사용한 좌측슬라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체도형을 사용한 우측슬라이드는 그 제작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피라미드형 다이어그램처럼 보입니다.
피라미드형 다이어그램은 요소의 포함관계보다는 어떤 집단의 계층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다이어그램이므로 우측 슬라이드는 본질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문서의 일관성이나 기타 불가피한 이유로 입체도형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래 이미지는 그 해결방법 중 하나입니다.
입체도형을 사용했지만, 중앙으로 집중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과녁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과녁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로 선은 의도된 선이 아니므로 그냥 없다 생각하고 봐주세요.
선 없이 매끈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ㅜ.ㅜ


과녁 이미지만 사용해도 되지만, 그것과 잘 어울리는 도형인 화살표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을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단계 상승 프로세스형 다이어그램입니다.
단계 상승 프로세스형 다이어그램은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오름차순으로 보여줄 때 사용합니다.
보통 어떠한 목표를 향해 점점 발전되어 나가는 과정을 표현할 때 적당한 다이어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종 단계 영역에서는 슬라이드의 핵심이 되는 목표가 들어가기 때문에 도형의 색상이나 크기, 위치 등을 이용하여 강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발전 과정을 표현해야 하는 프로세스형 다이어그램은 명암이나 크기 등을 이용한 강약조절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요,
평면도형을 사용한 좌측 슬라이드는 단계가 진행될수록 색이 밝아지는 효과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시선이 오른쪽으로 이동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입체도형을 사용한 우측 슬라이드는 명암조절과 함께 높이 값을 이용하여 각각의 단계를 마치 계단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네요.


단계 수의 제한은 없지만, 예제와 같은 형태의 다이어그램은 4단계 구성이나 5단계 구성 정도가 가장 예쁘고 알차게 보입니다.


입체도형을 사용한 다이어그램은 숫자나 문자, 클립아트 이미지 등과 함께 사용하면 슬라이드에 생동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로 막대형 그래프인데요, 그전에 신호등 이야기 잠깐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건널목에 설치된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과 그렇지 않은 신호등이 있는데요,
사람을 위한 신호등은 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효율적인 방법이란 사람이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결국,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란 사람을 얼마나 배려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그렇지 않은 신호등에 비해 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잘 된 신호등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을 숫자로 알려주는 신호등과 눈금으로 알려주는 신호등이 그것입니다.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도로를 건너고자 하는 사람에게 건너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숫자로 알려주는 신호등은 결함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숫자로 알려주는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알 수 있지만, 파란불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죠.
한마디로 비율을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눈금으로 알려주는 신호등은 숫자로 알려주는 신호등보다 조금 더 사람을 배려했기 때문에 디자인이 아주 잘 된 신호등이라고 할 수 있고,
숫자로 알려주는 신호등은 디자인이 조금(?) 잘 된 신호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어떤 자료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표와 그래프를 많이 사용합니다.
숫자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을 표라고 하면 눈금으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그래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가지 방법 중에서는 그래프가 좀 더 디자인의 본질에 가까운, 사람을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각각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을 사용하여 만든 막대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왼쪽의 평면도형을 사용하여 만든 막대그래프는 시각적으로 큰 무리 없이 세로축의 값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의 입체도형을 사용한 막대그래프는 해당 값이 가리키는 위치보다 약간 볼록하게 시각적인 오차가 생겼습니다.
3차원의 시각으로 보면 문제없지만, 평면도형을 사용한 그래프보다는 직관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막대그래프의 본질에 좀 더 가까운 그래프는 평면도형을 사용한 왼쪽 그래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만들다 보면 한 장의 슬라이드에 많은 내용을 넣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모든 내용을 슬라이드에 꾸역꾸역 다 집어넣는 것보다 핵심 내용만 간추려 슬라이드에 넣고 나머지 내용은 유인물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더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유인물을 제작할 때에는 슬라이드에 등장하는 도형이나 기타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자인 저널리스트 김신님의 글 '이신바예바, 몸을 디자인하다'에서 그는 운동선수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을 말하고 있습니다.

"레슬링에 적합한 몸의 형태와 달리기에 적합한 몸의 형태는 분명히 다르다.
88서울올림픽 때 나임 슐레이마놀루라는 역도 선수가 기억난다.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키에 자기 몸무게의 3배를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그 선수 팔이 참 짧다는 것이었다. 무거운 것을 드는 데는 분명히 짧은 팔이 유리하다.

그러나 투수는 팔이 길수록 유리하다. 팔이 길면 공을 던질 때 더 큰 궤적을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원심력이 공의 속도를 높인다.
수영 8관왕 펠프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꺼리는 '롱허리'에 '숏다리'다. 물속에서는 긴 허리가 속도를 높인다.
중장거리 달리기 선수는 어떻게 보면 피골이 상접 하다고 할 정도로 가냘픈 체형이 대부분이다.
이 종목에서는 유독 케냐나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그 이유는 그 나라 사람들이 지구력이 뛰어난 몸의 형태를 타고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단거리 육상 선수들은 우람한 근육질이다. 가속도를 붙이려면 근육량과 몸무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장미란 선수의 몸도 무거운 것을 드는 데 적합하도록 나름 조화롭고 아름답게 디자인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은 일단 뛰어난 육체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몸을 더욱 단련시킨다.
운동선수들은 흔히 '몸을 만든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몸을 각 운동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최대한 적합하게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 김신 디자인 잡문집 '고마워, 디자인'에 실린 디자인 저널리스트 김신님의 글 중 일부를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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